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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 황홀한 고백

2006/10/23 02:05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가 무거웠다.

어째서인지 내겐 마치 금기처럼 되어버린 저 말은, 학기초에 열공을 결심하며 문제집을 잔뜩 넣어둔 책가방의 무게보다도 무겁게 느껴진다.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소설에서, 일상에서. 너무도 흔히 들리는 사랑한다는 말에 사랑이 흔하고 추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사랑한단 말을 하기엔 난 사랑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덕분에 여자친구에게마저 "좋아는 하는데 사랑하진 않아"라는 바보같은 말까지 했었으니까.물론, 사랑한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보단 나은 선택이었다고 확신한다.

이런 내가 요즘은 조금 사랑이 뭔지 알게된 것 같다.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그 사람에게 좋아한단 말을 수없이 해줘도 무언가 부족함을 느껴 더 좋은 말을 생각해보니 남는건 사랑한단 말이었다. 그래서 그것을 주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느낌이었달까. 아직도 불충분한 것이긴 하지만 이정도면 남부러울 것 없지 않나 - 하고, 혼자서 생각해본다.

때로는 무섭다.

조금은 익숙해져버린 이 말이, 언젠가는 너무나도 흔해져서 내가 예전에 생각했었던 것처럼 그렇게 흔하고 추한 것이 되어버리는 건 아닌지. 노래가사처럼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물으며 가끔씩 사랑한단 말로 서로에게 위로하지만 그런것도 예전에 가졌던 두근거림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닌지. 그래서 가끔 망설이게 된다. 정말 저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하고 고민하며.


그래도 결국은 말하고야 만다. 이젠 나도 우리가 서로 사랑한단 말이 얼마나 황홀한 고백인가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겁은 나지만, 고작 그런 이유로 지금을 즐길 여유를 잃는다는건 굉장한 실패임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내 사랑에 확신하기 때문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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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연어 2006/10/24 21:29

    닭.살.로 매도하고 싶다만........
    왠지 부러워지네.. ^^
    곰군이 제대할 때가 되니까 맘이 싱숭생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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