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엊그제, 4일 토요일 밤에 드림레이즈 자막팀 정팅이 있었다. 06년에 들어와 활동이 곤란해진 멤버가 다섯명. 사유는 고3모드 돌입과 병역의무. 스무명에 가까운 회원들이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활동을 못하시는 분들을 제외하면 실제 활동회원은 열명 내외인 상황에서는 나름대로 치명적인 타격이다. 작년 9월에 들어와 고작 4개월 활동으로 근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활동을 그만 둔다는 것에 대해 꽤나 죄송한 마음도 든다.
일본어는 중학교 시절에도 배웠었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남은 것은 히라가나 몇 개였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어같은건 배울 생각도, 배워야할 이유도, 배울 기회도 없었으니까. 그러다가 우연히 친구가 휴대전화에 넣어온 동영상, 女子かしまし物語를 보게 되었다. モーニング娘。는 중학교 시절부터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있었지만 그렇게 PV를 보고 멤버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볼 수 있었던 기회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점점 빠져들어서 연구소에도 가입을 했고, 고2가 되었다.
연초에 일본 영상에 빠져들었다. 가끔 눈에 보이면 받곤하던 하로모니를 매주 챙겨본 것도, 콘서트와 DVD 영상들을 다운받아서 240GB에 이른것도 1월한달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만 자막 없는 영상은 보지 못했다. 영상을 받으면 자막과 함께 이름을 정리해서 폴더에 모아놓았다. 때때로 자막없이 보는 것에 도전은 해보지만 해석은 커녕 발음조차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자막을 만드시는 분들을 동경했다. 그 길고 빠른 말들을 그렇게 번역해서 싱크를 맞춰서 자막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래서 그 분들 흉내나 좀 내볼까하고 싱크프로그램으로 PV 자막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 있었던 일 중에서 아직도 기억이 나는게, 가사자막을 만드는 중에 [/font] 태그가 들어간 부분은 영상재생 프로그램에서 한 줄이 더 띄워져서 나오는데, 그걸 모르고 샤크의 충고를 꽤나 무시했었던 적이 있다. 지금이야 그런 실수는 안하지만. 여튼, 그렇게해서 만든 자막을 처음올렸던게 인연이라면 인연일 것이 되어버려서 지금은 부시삽이 되어버린 클럽박스의 겐상헨군 박스. 각설하고, 그렇게 가사자막을 몇개 만들고 나니 진짜 번역자막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러고는 일본어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2학년이 되어 처음 맞은 일본어 수업은 꽤나 힘든 시간이었다. 아직 히라가나/카타카나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던 상황이니까. 히라가나는 둘째치고 카타카나는 정말 문제였다. 숙제이기도 했지만, 외우려고 무작정 공책에 되는대로 적어댔다. 그 다음은 기본적인 단어들을 외워갔다. 그렇게 1주일에 두 번 있는 일본어 수업으로 공부를 한지 두세달이 지나고, 이시카와 리카 졸업콘서트인 モ-ニング娘。第六感ヒット滿載!의 영상을 보았다. 영상을 보고서는 이거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던지 당장에 번역에 들어갔다.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맞은 대사는 멤버들의 인사. 근 10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대사들. 첫 시도에 바로 번역이 될리도 없었기에 음원을 추출해서 mp3p에 일주일간을 넣고 계속해서 들었다. 처음으로 후지모토가 했던 대사가 『무도관에 모여계신 모닝구무스메。의 팬여러분. 기분은 어떠신가요? 武道館に集まりいたがえた、モーニング娘。のファンの皆様。ご機嫌はいかがですか。』. 팬들이라면, 약간의 상식만 있다면 알 수 있을 부도-칸武道館을 넘지 못했다. 열명의 멤버들 중에서 그나마 번역을 해낼 수 있었던건 레이나와 사유미, 카메이. 그렇게 캠프에 가서까지 반복해서 듣기만하는 2주를 보내는 사이에 드림레이즈에서 자막을 완성시켰다.
당연한 사실인데, 쇼크였다. 이때부터 일본어에 불이 붙었다. 고2다보니 학원같은건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학교의 수업과 J-POP을 받아적는 것 따위로 공부를 했다. 내 전자사전이 일본어 전문사전이 된게 아마 이 즈음이지 않나 싶다.
8월 14일자 하로모니 번역에 도전했다. 번역도 번역이지만 그렇게 길고 음악처럼 박자가 정해진 것도 아닌 영상의 싱크는 곤욕이었다. 중간에 프로그램이 두 번이나 꺼졌다. 일주일만에 간신히 자막을 완성시키고 업로드 하려 했을때, 두 시간 전에 다른 분이 올리신 자막을 봤다.
9월 18일자 하로모니에 재도전. 이때가 아마 추석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것 같은데, 모니터 앞에서 떨어지지 않고 번역을 했다. 싱크까지 완료하고 새벽 5시던가. 분명 처음 작업을 시작했던 때가 오후 5시였는데.
그리고 이틀 뒤에 드림레이즈에 가입했다.
내 인생의 선택에 있어서 베스트로는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일이란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막때문에 공부라던가. 혹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라던가에 있어서 조금 불편하고 소홀해진 점이 없잖아 있지만, 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불편함 이상으로 후회하고 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일일이 멤버들의 생일을 챙겨주시고 평소에도 전체쪽지가 아니라 멤버들 각각에게 충고라던가, 안부라던가를 적어서 보내주시는 운영자 마당쇠 님이나, 꽤나 곤란해질때면 바쁘신 중에도 도와주시곤 하시는 니트 님이나, 꼼꼼하기로는 말할 것도 없고 요새는 케로 덕분에 잠시 활동이 뜸해지신 미네르 님. 같은 학년이라 친구로 지내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친구를 떠나서 파트너처럼 되어버린 후지야굿 양까지. 어떤 자막팀에서 이런 사람들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내 블로그라서 말하는 거지만, 이젠 후지야굿 양과 함께가 아니면 왠만한 자막은 만들 수 없게 되어버렸다. 드림레이즈에서 활동하지 않았었으면 일본어도 고만고만하게, 그 때 그 하로모니 정도에서 멈췄을테고. 희망학과에는 일어일문 없이 신문방송만 덩그러니 적혀있을런지도 모른다.
판랜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드림레이즈가 좋다.
이런 것, 써놓고나니 별말없은 작년부터의 기록이 되어버렸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진 않겠지. 잊지않기 위해서. BLOG의 LOG가 의미하는게, 이런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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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고생이 많으셨군요!! 고생만큼 결실도 큰 것 같고!!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하셔서 높은 곳을 향해 가시길 기원 하겠습니다.
에, 고생한편일까요; 오랜진실 님도 번역 하시는 것 같던데. 오랜진실 님도 앞으로 열심히 해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머나;ㅁ; 부끄부끄 이렇게 쓰는것도 좋네 ;ㅁ; [써먹을것임;]
이런게 더 .. 맘 깊숙히 박히는구나..ㅠ 나도 우리 슈팅이 없으면 자막을 만들 수 없어요/ㅁ/;;
에, 뭘 써먹어?;
근데 둘째줄에 있는 말은 왠지 엎드려 절받기다-ㅅ-;
'친구가 휴대전화에 넣어온 동영상, 女子かしまし物語를 보게 되었다'
단지 그것 때문이었구나..;;(세상 참 무섭지..)
- 만약 그 폰에 섹시한 건담영상이 있었다면, 세상 바뀌었을지도.
섹시한 건담이 있지도 않을 뿐더러 그럴일도 없지.
이야, 그럼 그렇게 단기간에 일본어를 익히신 거군요.
전 히라가나 가타카나 익힌지가 언젠데 제자리 걸음입니다.
올해에는 정말로 영어와 더불어 열심히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집에서 "넌 미래는 생각하고 있냐? 맨날 일본가시나들만 보고 1#@%#&" 라고 해서
뭐라도 따야겠어요 -_-;;;;
익혔다기보다는, 외웠다가 정답일런지도 모르겠네요; 번역하면서 툭툭 튀어나오는 말들, 정확히 어떤 뜻인줄도 모르고 그저 자주 들어서 머리에 박혀버렸거든요'-';
킁.. 저도 도전해야죠 ^^
도와드릴게요/
멋진강명 ! ㅎㅎ
진짜 열공했구나? ㅋ 난 학교 숙제도 마막 대충대충 하고 그랬는데 ㅎㅎ
난 LOG 하면, = ㅅ = ; 수학밖에 생각 안나는데 ㅋㅋㅋ;
앗, 역시 이과-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