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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2009/01/04 07:38
입대가 10일도 채 남지 않았다. 드디어 가는구나. 남들 다 다녀오는데 못할게 뭐냐며 '해병대를 가겠다'고 말했었는데, 해병이 된 친구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으니(…) 102보충대가 기다리고 있다. 입영날짜가 결정되고 난 다음부터 심정에 변화가 생긴 것 같다. 다들 하루 전까진 아무런 느낌이 없다가 입영전야가 되면 가슴이 턱 막히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고 하던데, 난 왠지 모르게 벌써부터 감상적이 되어간다.

인연


12월 18일 시험이 끝나고, 매일같이 사람들을 만났다. 염치없게 평소에 연락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군에 간다며, 술 한 잔 하자며 졸라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매일같이 얼굴보며 살던 대학 친구들 얼굴도, 만난 적은 네 번 밖에 없지만 8년을 알고 지내온 친구도, 건방지게 굴어도 늘 용서해주던 4살 위의 형도,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늘 같이 있는 사람처럼 잘 맞는 고향친구들도. 내게 있어 소중한 인연들을 하나씩 하나씩 만났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당신을 만나서 정말 행운이라고. 나란 사람 잊지않고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새삼스럽게 무슨 짓이냐며 핀잔 아닌 핀잔도 들었지만, 고맙다는 말 외엔 할 말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사람이 만나고 헤어진다는건 굉장히 소중한 일이었다.
 
아무렇지 않게 만나고 아무렇지 않은듯 헤어지고, 그게 반복이 되니 무뎌질대로 무뎌져 인연 소중한 줄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했다. 당신을 만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고, 그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당신을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만날 수는 없지만 내가 사랑하기에 그 자체만으로 행복하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다.

간다 간다 하기에 가라 하고는
가나 아니 가나 문틈으로 내다보니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지 않아라.

그리워 하면서 한 번 만나고 못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 서로 아니 만나 살기도 한다.

그래서 피천득 선생님의 글처럼, 만나고 헤어짐이 이렇게 절실하고 애절한 것이던가 입대를 계기로 새삼 깨닫는다.

앞으로 남은 시간에 편지를 쓸까 한다. 2주 동안 내가 만났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비록 만나진 못했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다시 한 번 해볼까 싶다. 사실 지킬 수 있는 다짐일런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간 그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고 얘기해야겠다. 그리고 나도 그들에게 소중한 인연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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