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고 120년사를 정리하는 한국광고박물관이 11월 7일 개관되었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는 박물관 개관에 대해 "광고의 진짜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체험의 장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물관에서 전시되게 될 자료의 기증 문제로 늦어지긴 했지만 2008년 완공의 목표는 달성되었다. 광고를 다룬 박물관이 경주대학교 부설 한국영상광고박물관 밖에 없던 한국적 상황에서 광고학도나 평소 광고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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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광고박물관 전체조감도



부진한 홍보, 불친절한 홈페이지
박물관 개관소식을 듣고 찾아보고자 마음을 먹었지만 생각보다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포털에서 '한국광고박물관'을 검색해보면 경주의 한국영상광고박물관에 대한 글이 대부분일 뿐 관련 사이트는 찾을 수 없었다. 개관 후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지나치게 잠잠하다. 이상하다 싶어 KOBACO의 홈페이지를 방문했더니 한국광고박물관 메뉴가 존재했다. 그러나 메뉴를 누르면 위의 조감도와 함께 설립목적과 박물관 내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존재할 뿐이었다. 2008년 개원 예정이라고 적힌 것으로 보아 아직 별도의 홈페이지나 자료가 준비되지 않았거나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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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관에 들어서면 입구에서 지면광고 전시전이 보인다

# Zone 2
2호선을 타고 잠실역에서 내려 찾아간 한국광고박물관의 내부는 굉장히 화려했다. 아쉽게도 내부는 촬영 금지였기에 사진 촬영은 할 수 없었으나 입장과 동시에 마주하게되는 거대한 원형 스크린은 눈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아이와 할아버지의 대화를 통해 광고의 역사나 개념을 설명해주는 영상은 아이들에게 꽤나 인기를 누릴 것 같다. 영상 자체도 짧은 시간 내에 쉽고 빠르면서도 눈에 잘 띄어야하는 광고의 특성이 잘 반영된 것 같았다.

원형스크린을 지나 '광고로 보는 한국사회문화사' 코너로 향하면 수많은 과거 광고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연도별로 구분된 전시창 옆에는 영상을 통해 부연설명을 덧붙이고 있어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광고의 특징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최초의 광고를 비롯하여 재미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료들도 많아 학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간중간 광고 뿐만 아니라 과거 광고를 제작할 때 사용했던 장비나 인기있던 추억의 라디오 광고 20여종을 들을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있어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역사를 다루고 있는 만큼 내용 분량이 방대할 수 밖에 없어 한쪽 벽면이 연혁으로 가득차 있는 모습은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에도 글이 지나치게 많은 슬라이드가 효과를 반감시키는 것처럼 가독성 차원에서나 정보제공의 차원에서나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내용이 요약되거나 설명된 팜플렛을 통해 보충설명을 덧붙이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또 기사를 통해 광고연감이나 도록과 같은 사료들을 볼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정작 유리창 속의 연감은 그저 겉표지만을 볼 수 있을 뿐이라 허탈하다.

# Zone 3
광고사를 지나 세상을 움직이는 광고에 이르면 최근의 지면광고들을 만날 수 있다.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광고들 위주로 자료가 전시되어있어 광고를 보며 '이 광고는 참 좋았지'라며 회상해볼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전시장의 구도가 이를 방해한다. 중간중간 서 있는 기둥에도 전시된 광고들이 지나치게 산만할 뿐만 아니라 기둥이 작품을 가리고 있거나 벽과 기둥 사이 한 명 정도가 서있을 수 있는 틈에서 관람을 해야하는 작품도 있는데, 이는 관람자의 편의는 생각치않은 설계인 듯하여 아쉽다.

또 중간중간 광고제 출품작이나 수상작을 관람할 수 있는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지만 정작 자료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아 볼 수 없는 것도 있어 너무도 성급한 개관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

# Zone 4
광고제작스토리에 이르면 광고의 의미나 광고인들이 하는 일에 대한 설명 영상을 볼 수 있다. 영상은 굉장히 심플하면서도 산뜻하게 만들어져 앞선 복잡함과는 또 다른 면모를 느끼게 한다. 광고를 촬영, 혹은 녹음하는 모습을 미니어쳐는 현장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또다른 좋은 방법이다.

# Zone 5
Zone 5의 특징은 직접 만지고 경험하고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캐치온애드는 광고제 출품작을 터치스크린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앞선 Zone 3의 컨텐츠와 중복되는 면이 있지만 보다 다양한 국제 광고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두 명이 동시에 스크린을 조작할 수 있지만 어떤 광고는 음량이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반면 어떤 광고는 지나치게 커 두 광고를 동시에 볼 때 서로 간섭을 받기 쉽다. 광고를 감상하기 힘든 것은 물론이다.

광고제작체험 코너는 직접 사진을 찍어 광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하지만 참가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부스 안에서 배경을 선택하여 사진을 찍고, 부스 앞에 마련된 편집용 컴퓨터를 통해 음악과 광고카피를 적는 것 뿐이다. 자유도가 낮은 것은 물론이고 배경이나 음악, 폰트 등의 선택은 굉장한 제약이 있어 휴대전화에 내장된 사진편집 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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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제작 체험 후 메일주소를 입력하면 결과물을 받을 수 있다

Zone 5에서는 이 외에도 오토바이 모형을 타고 퀴즈를 풀어보는 코너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코너는 게임의 조작법에 대한 설명이 매우 부족한데다 게임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지루한 화면이 몇 분간 이어진다. 그 뒤에 등장하는 퀴즈는 지금까지 화면에 등장한 광고에 대한 암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화면의 해상도나 화질이 떨어져 어떤 광고인지 인식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그다지 재미도 실효성도 없는 코너라 할 수 있다.

# Zone 6
마지막 구역인 Zone 6는 KOBACO가 그동안 진행해왔던 공익광고를 영상을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영상광고의 경우 과거에 진행되었던 광고 위주여서 그 수가 많지 않았고, 지면광고의 경우 낮은 해상도의 광고를 크게 확대하는 바람에 생긴 계단현상(Aliasing)이 눈에 거슬린다.

또 마지막 관문이자 출구이기도 한 광고의 미래 영상관은 현재 영상관 내에 사람이 있는지, 혹은 현재 영상이 상영중인지에 대한 정보를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 실제로 5분 정도 자리에서 기다렸지만 문이 열리지 않아 직접 열었지만 상영관 내에는 어느 누구도 없었다. 그리고 심지어 영상 재생도 되지 않아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 Zone 7
관람을 마친 후 출구 옆에 자리한 디지털 아카이브실은 컴퓨터를 통해 광고를 검색하여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자료가 부족한 것인지 검색 조건이 잘못된 것이었는지 한 편의 광고도 열람할 수 없었다. KOBACO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전화번호부 광고를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고 홍보를 하고 있으나 확인을 하지 못해 아쉽다. Zone 1부터 7까지의 대략적인 관람은 약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아마 좀 더 꼼꼼히 살펴보길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2~3시간 사이의 관람시간이 소요될 듯하다.

광고의, 광고를 위한, 광고에 의한 광고스러운 박물관
한국광고박물관은 말 그대로 '광고' 박물관이었다. 링컨의 명언을 빌리자면 광고의, 광고를 위한, 광고에 의한 박물관이라고 할만하다. 일반적으로 보기 힘들었던 초기 광고나 희귀 광고 사료를 설명과 함께 직접 볼 수 있는 광고의 박물관(Museum of ADs)이면서, 박물관을 통해 광고의 기능을 널리 알리고 바른 인식을 심어주도록 한다는 점에서 광고를 위한 박물관(Museum for ADs)이다. 그와 더불어 전시내용의 다수를 차지하는 실제 광고가 주인공으로서 존재감과 역할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광고를 위한 박물관(Museum by ADs)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한국광고박물관이다.

박물관을 관람하는 동안 '광고'의 개념이나 이미지를 박물관의 구도나 자료의 성격·표현방법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광고의 역사를 설명하는 부분에선 '정보 제공'의 측면에서 바라본 광고의 성격이 떠올랐고, 제작과정을 설명하면서도 볼거리는 놓치지않는 부분에선 '교육적' 측면에서 바라본 광고의 성격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산만하고 복잡한 동선과 설계구조는 현대인들이 광고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이 떠올랐다.

물론 실제로 그러했을리는 없고 그러했다면 관람객 입장에서는 그다지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지만, 한국광고물관은 그만큼 광고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장소임은 분명하다. 광고를 즐기는 이들이나 광고인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광고박물관은 더없이 좋은 놀이장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개관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여 일찍 개관을 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료나 컨텐츠의 부족은 진정한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앞으로 채워나가야할 부분이다. 특히 Zone 5의 체험 코너는 반드시 관람객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수정되어야할 것이다. 또 Zone과 Zone 간의 연결 뿐만 아니라 Zone 내부적으로 단순히 광고를 나열하는 데에 그치기보다 좀 더 체계적이고 세부적인 분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광고박물관은 매일 09:30~17:30 (월요일 제외)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교통편은 지하철 2호선 잠실역 7번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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